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여전히 점술, 역술인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점술의 종류가 다양해졌지만 생년월일로 푸는 사주팔자와 손금은 그 중에서도 핵심이다. 타로카드가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자신이 태어난 운명과 타고난 손금으로 점쳐보는 미래가 더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빼곡한 고층 건물 사이로 손금 보는 점집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거리 노점 형태의 점집까지 등장해 단돈 3,4천원에 운명을 점쳐볼 수 있게 됐다.


첨단기술의 시대에 살면서 손금으로 미래를 점치는 것은 불안해서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워질수록 ‘내 선택’이 짊어져야 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커진다. 이 때문에 망설이게 되고 이는 강렬한 괴로움이다. 타고난 손금에 내 인생은 원래 이렇게 흘러가게 돼 있다는 운명론을 믿으면 조금은 편해진다. 복잡한 세상에서 내 선택을 믿기 어렵고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들수록 위험한 길로 가지 않게 안내해 줄 등대를 찾는 마음은 커진다.


사실 국민들이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추는 등대는 따로 있다. 법을 만들고 나라 살림을 꾸리는 분들이다. 국민들은 4,5년마다 한 번씩 앞으로의 미래를 점쳐보는 심정과 이번에는 앞날이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심정으로 투표를 한다. 불안한 마음에 운명을 알아보려고 내밀었던 손으로 불안을 해소해주기를 빌면서 한 표를 행사한다. 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세계 경제 10위권 안에 들었다지만 당장 1년 동안 마음 놓고 일할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한두 달 먹고 살 걱정 그만두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어서다.


모순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정부가 손써야 할 때다.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게 불안해서 노동으로 거칠어진 손을 점집에서 내밀지 않도록 손 좀 써야하지 않겠나.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엉뚱한 일에서 그만 손 떼야 할 텐데 그 손버릇 고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계속 말도 안 되는 일에 손 대고 있다가는 온 국민이 손금을 보러 다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by analogist | 2009/07/04 23:57 | - 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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