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인터넷 대통령, 로그 아웃(Log-out)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알리는 한 외신의 머리글이었다. 국내 언론들도 ‘인터넷 대통령’으로써의 노 대통령의 면모를 집중 보도했다. ‘노사모’라는 팬클럽의 활발한 인터넷 활동과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려 생각을 나누고 지적도 받아들였다. 퇴임 후에도 ‘민주주의 2.0’과 같은 사이트를 개설해 자유롭게 토론하기를 꿈꿨다. 그러나 순기능만 있지 않았다. 인터넷 대통령은 소통을 바랐지만 ‘집단극화’라는 역효과도 생겨났다.
노무현 정부 시대부터 본격화된 인터넷 공간의 선택의 패러독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노무현 정부가 직접적으로 잘못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인터넷의 민주적 가치를 신뢰했고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토론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집단사고에 빠지게 되었다. 특정 이슈에 관한 집단 토의에 참가한 후 구성원들은 전보다 더 모험적인 의사결정을 지지하게 된다.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인터넷의 특성상, 자신과 비슷한 생각만 듣게 되고 여기에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대의 의견은 듣기도 전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치부하게 된다.
인터넷 공간의 선택의 패러독스는 이념을 편중시킨 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인터넷 토론방에는 다양한 의견보다는 이념성을 띤 몇 개의 의견 그룹이 주를 이룬다. 보수나 진보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전라도와 경상도 같은 지역 구도까지 인터넷에서는 경쟁 구도를 이룬다. 여기에 기독교와 반기독교, 친노와 반노, 친이와 친박 등 언론이 만드는 사고의 개념에 따라 집단사고를 하면서 이념의 편중성이 확대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편중된 이념은 오프라인에까지 번져 사회 통합을 어렵게 만든다. 온라인에서 세를 모은 진보성향의 사람들이 집회를 한다고 하면 그 맞은편에는 똑같은 방식으로 모인 보수성향의 모임이 자리를 잡는 것은 흔한 모습이다. 따라서 본래 의견을 주고받으며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토론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소모적인 이념다툼만 이어지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에서 소통과 토론을 통해 민주주의를 만들고자 했다. 서거 전, ‘사람 사는 세상’ 사이트에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싸우자 그런 모습이 우려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그가 구상하고 있던 ‘민주주의 2.0’ 그 이후의 공간 역시 다양한 의견을 모아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곳이었다. 생각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확대 재생산 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I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는 인터넷 발달로 인한 이념적 양극화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보 편식’과 그로 인한 소모적인 이념 다툼에 대해 우리 스스로 해결책을 짜낼 때가 왔다.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에는 지나치게 소통이 안 되고 있다.



덧글
나의엘프 2009/06/23 15:43 # 답글
내용적으로는 공감되는 글입니다만... 그것이 인터넷 공간의 특성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온라인이라서 더 그렇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분법적 사고는 전세계적으로 흔히 나타나는 인간의 심리적 산물이기도 하고 특히나 한국에서는 그것이 좀 더 도드라지는 여러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있겠지요. 오히려 인터넷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이 개진됨으로 인해서 황당하다고 여기질 정도로 특이한 생각들까지 접할 수 있기도 하고, 실제로는 선동되지 않고 오히려 생각이 바뀌고 설득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