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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단문

나는 살면서 두 번의 자살(自殺)을 겪었다. 처음은 여섯 살 때였고, 그 다음은 스물한 살 때였다. 먼저는 목을 맸고, 두 번째는 투신했다. 목 맨 사람은 우리 집에 세 들어 살던 아저씨였다. 20층 높이에서 몸을 던지 이는 나의 친구였다. 두 사람은 모두 밝았다. 또 성실했다. 막노동으로 어렵게 돈을 벌면서도 볼 때마다 과자 보따리를 안겨주고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던 아저씨는 참 살가웠다. 부모님 등살에 떠밀려 재수를 하던 친구는 자기가 더 힘든 상황인데도 배부른 대학생의 푸념을 잘 들어줬다.

그들은 자살했지만 스스로 죽지 않았다. 오히려 날카로운 세상이 그들을 찔렀다. 열심히 사는 그들에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벽돌 짐을 지고 하루 종일 건물을 오르내리는 아저씨는 일당을 받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고 하셨다. 다리가 부러져도 치료비를 못 받는 일용직 노동자는 쉽게 버림받았다. 공장에라도 들어가 보려 했지만 시골 출신에 중퇴인 아저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나보다.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돈은 월세 내고 라면 한 박스 사면 금방 사라진다고 했다. 한두 달 일을 쉬는 동안 돈 줄은 딱 끊겼고, 부인되는 아주머니는 집을 나갔다.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지방대에 입학했지만 재수를 권하신 부모님 의견을 따라 다시 수능 공부를 했다. 공부보다는 노래를 하고 싶다던 친구는, 내키지 않았지만 불평 한 마디 없이 기숙학원에 등록했다. 서울 하위권 정도 대학에 다시 입학한 친구는 대학 공부에도 재미를 붙여보고 노래 연습도 하겠다며 아르바이트로 노래학원비를 벌었다. 부모님 생각은 달랐다. 좋은 학교 나와야 대기업에 가서 돈 잘 벌고 괜찮은 남자 만나 시집 잘 갈 수 있다는 이유로 또 다시 수능공부를 강요하셨다. 사회생활을 하시면서 그래도 학교 간판만큼 믿을 만한게 없다는 사실을 믿게 된 탓인지 부모님은 요지부동이셨다. 반강제로 자퇴서를 낸 날, 친구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이 떠나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착하고 성실했던 두 사람은 여전히 내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 매력을 알아주지 않았다. 못 배우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할 나라는 어디가 얼마만큼 어려운지 파악도 잘 못하는 듯하다.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여전히 명문대를 가기 위해 어린 학생들이 밥 못 먹고 잠 못 자고 공부하고 있다. 대한민국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이 아니다. 성인 자살 원인은 생활고, 10대의 자살 원인은 학업 스트레스다. 모자라지만 열심히 살려는 사람을 구제할 길이 좁고,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인정받을 기회가 적은 사회의 모습은 여전하다. 이 사회는 지금도 자살(刺殺. 사람을 찔러 죽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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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슬픔 2009/09/16 08:44 # 삭제 답글

    아 정말 가슴이 미어지듯 아픕니다...
    님이 얼마나 충격이 크셨을지 상상이 안갑니다..
    꼭 그분들 몫 까지 열심히 사세요.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정말 우리 스스로 좋은 세상 만드려고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드네요.
    그분들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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